
팬데믹 시대, 자원봉사의 방향이 바뀌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중에서도 자원봉사 활동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영역 중 하나였다. 사람과 사람의 접촉이 제한되고, 모임이 금지되며, 봉사활동의 전통적 방식은 사실상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 그러나 봉사의 정신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자원봉사가 등장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들은 연대하고 참여하였다. 이는 단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을 넘어, 자원봉사의 의미와 방식이 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감염병 시기의 자원봉사는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요구했다. 이번 글에서는 그 구체적인 유형과 특징,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감염병 시기 자원봉사의 새로운 유형들
1. 비대면·온라인 자원봉사
- 전화 및 영상통화를 통한 정서지원(어르신 말벗봉사, 자가격리자 상담 등)
- 온라인 교육 봉사: 결식 아동 대상 비대면 학습 지도, 시각장애인 낭독봉사
- SNS 홍보봉사: 질병 예방수칙, 거리두기 캠페인, 마스크 착용 캠페인 등 콘텐츠 제작
2. 물품 제작 및 기부 봉사
- 손소독제, 마스크, 위생키트 제작 및 전달
- 병원 및 요양시설 종사자를 위한 응원 편지·선물 보내기
- 저소득층에게 생필품 박스 포장 봉사(비대면 참여 후 센터에 전달)
3. 감염병 대응 현장지원
- 방역소독 활동(교육 수료 후, 방역복 착용 필수)
- 선별진료소 안내 및 거리 질서유지(지자체 연계 하에 운영)
- 백신접종센터 내 안내, 고령자 도우미 역할
4. 심리·정서 회복 지원
- 마음방역 자원봉사: 심리상담 자격 보유자 중심
- 격리자 대상 ‘응원 키트’ 전달 및 온라인 메시지 봉사
- 이재민, 의료진 대상 격려 엽서 프로젝트
5. 지역 커뮤니티 중심 활동
- 동네 마트, 편의점과 협력해 독거노인에 식료품 배달
- 아파트 단지 내 자율 방역봉사단 구성
- 지역 아동센터에 원격 도서 낭독 콘텐츠 제공
6. 새로운 플랫폼 기반 활동
- 비대면 자원봉사 플랫폼 운영 확대(예: V-세상, 온라인 1365 체험형 봉사 등)
- 메타버스를 활용한 청소년 자원봉사활동 인증 시스템
- 챗봇 기반 ‘심리지원 봉사체험’, AI 콘텐츠 제작 봉사 등 신기술 활용 증가
7. 기업 CSR 및 단체 참여 증가
- 재택근무 병행형 ‘사회공헌 챌린지’
- 임직원 가족 단위 온라인 봉사활동: 손편지, 영상 응원, 마스크 포장
- 기업이 주관한 자선 콘서트·라이브 기부 방송을 통한 연계봉사
봉사는 멈추지 않는다, 다만 진화할 뿐이다
감염병은 분명 자원봉사의 형태와 환경에 제약을 가했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라, 전환의 시작이었다. 시민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서로를 도왔고, 기술은 봉사의 문턱을 낮추는 촉매가 되었다. 비대면 자원봉사는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참여형 모델로 자리 잡았다. 물론 현장의 따뜻한 온기를 대체하긴 어렵지만, 이는 분명 자원봉사의 지평을 넓히는 과정이다. 앞으로의 자원봉사는 대면과 비대면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을 위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감염병 시대의 자원봉사는 우리 사회가 위기 속에서도 연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