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천재’가 아니라 ‘사람’으로 보기—청년기의 정서적 상처와 환경적 장벽
영화 <굿 윌 헌팅>의 출발점은 한 청년의 놀라운 두뇌가 아니라, 그 재능을 스스로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관계와 기회를 파괴하는 반복적 패턴에 있다. 윌은 시설보호와 가정폭력을 경험한 과거를 지닌 채, 친밀감이 깊어질수록 거리를 두고, 비난과 유머로 상처를 가리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사회복지사의 시선에서 이는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 트라우마 노출과 배제 경험이 만든 생존전략으로 읽힌다. 청년기는 직업 탐색, 고등교육 진학, 친밀한 관계 형성, 자립생활 확립 등 다층적 과업이 중첩되는 시기이며, 특히 빈곤·차별·학대·정서결핍을 겪은 청년은 자기효능감과 신뢰감이 약화되어 기회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저하되기 쉽다. 이때 실천현장의 1차 과제는 ‘능력을 더 증명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관계 기반’을 제공하는 일이다. 영화 속 상담자 션은 권위적 지식을 앞세우지 않고, 자기노출과 공감, 명료한 경계로 신뢰를 쌓는다. 이는 애착이론 관점에서 불안정 애착을 안정 애착으로 재구성하는 치료적 만남이다. 또한 션은 윌의 과거를 ‘결함의 증거’로 낙인찍지 않고 ‘지금까지 생존을 가능케 한 전략’으로 재해석해 강점서사를 복원한다. 이러한 재해석은 수치심을 완화하고 새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청년복지의 핵심은 고립을 줄이고, 정체성과 가치를 재구성하며, 현실적 기회를 연결하는 ‘관계-정서-환경’의 동시개입이다. 본 글은 이 관점을 따라, 영화가 보여 준 변화를 사회복지 실천의 언어로 번역해 서사-사정-개입-연계-윤리의 프레임으로 정리한다.
본론: 사정에서 멘토링·치료·자원연계까지—청년 치유 경로 설계
첫째, 종합사정(바이오·사이코·소셜). 청년의 재능, 학력, 대인관계, 주거·경제, 법적 이슈, 건강, 트라우마 이력, 문화적 배경을 통합 사정한다. 윌의 경우 고지능·수학적 재능이라는 강점과 함께, 애착 손상, 분노조절, 회피, 불신, 불안정 고용, 빈곤, 전과 기록이 교차한다. 위기는 위험요인만의 합이 아니라, 보호요인의 부재에서 증폭되므로 ‘누가 그의 편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이 중요하다. 둘째, 치료적 동맹 형성. 션이 보여준 ‘관계의 안전’은 개입의 전제다. 무조건적 존중, 공감적 경청, 감정명료화, 경계설정(역할·시간·비밀보장)을 통해 상담이 ‘배심원석’이 아니라 ‘연습장’이 되도록 만든다. 셋째, 강점기반·해석 재구성. 윌의 ‘싸움과 냉소’를 문제행동으로만 보지 않고 상처를 피하고 가치를 지키려는 생존전략으로 재정의한다. 이어 해결중심 질문(예: 이미 잘 버틴 순간, 예외상황)을 통해 ‘나는 망가졌다’에서 ‘나는 살아남았고 선택할 수 있다’로 내러티브를 전환한다. 넷째, 동기강화상담(MI). 변화 양가감을 정죄하지 않고 탐색한다. ‘수학 천재로 인정받는 삶’과 ‘친구들과의 익숙한 일상’ 사이의 갈등을 이분법이 아닌 가치 명료화의 주제로 다루며, 자율성·역량감·관계성(자결성 이론)의 욕구를 확인한다. 다섯째, 트라우마 인지 개입. 회피·과각성·부정적 신념을 다루기 위해 안전기술(호흡, 그라운딩), 정서조절, 인지재구조화, 자비명상 등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션의 메시지는 죄책감·수치심을 겨냥한 핵심 개입으로, 자기비난 스키마를 흔들고 애착 수리를 촉발한다. 여섯째, 멘토링·역할모델 연결. 상담은 치료적 변화의 축이지만, 삶의 전환에는 사회적 모델이 필요하다. 학계·산업계 멘토, 현장 프로젝트, 인턴십을 설계해 ‘가능성의 증거’를 경험화한다. 일곱째, 교육·고용·주거를 통합한 사례관리. 장학제도, 취업지원, 기술교육, 주거안정, 법률상담을 한 묶음으로 계획하며, 일정관리·문서준비·대면스킬 코칭 같은 미시기술을 병행한다. 여덟째, 관계회복 지원. 친구·연애·동료 관계에서 회피 대신 취약성 공유와 경청을 연습한다. 경계침해 예방, 동의 기반 의사소통, 갈등조정 스킬을 훈련해 친밀감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한다. 아홉째, 위기대응 프로토콜. 자해·폭력·약물 사용 위험이 감지되면 안전계약, 24시간 연락망, 의료기관 연계, 법적 보호조치를 포함한 다기관 팀을 즉시 가동한다. 열째, 윤리적 고려. 자율성 존중과 보호의 균형, 비밀보장과 안전의 경계, 이중관계와 권력불균형, 문화·계층 감수성 등을 지속 점검한다. 이러한 단계들은 ‘천재 만들기’가 아니라 ‘사람 살리기’에 초점을 두며, 선택과 책임을 당사자에게 돌려주는 자기결정권 회복으로 수렴한다.
결론: 가능성을 선택으로—관계가 열고, 멘토링이 확장하는 청년의 미래
<굿 윌 헌팅>이 남긴 본질은 ‘능력이 운명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청년의 내면에 자리한 두려움과 수치심이 관계의 안전을 만났을 때, 그는 재능을 ‘방어’가 아니라 ‘창조’의 도구로 다시 쓰기 시작한다. 사회복지사의 임무는 바로 그 만남을 설계하는 일이다. 첫째, 청년을 결함 아닌 자원으로 보는 언어 전환이 필요하다. 그는 문제의 집합이 아니라 강점의 저장고이며, 우리의 질문이 그의 미래를 규정한다. 둘째, 멘토링은 조언 전달이 아니라 정체성의 거울이다. 당사자가 자신의 가치와 욕구를 말로 다루고 행동으로 시험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지대’를 길게 유지해야 한다. 셋째, 개입은 개인치료에 머물지 않고 교육·고용·주거·보건·사법체계를 가로질러야 한다. 사례관리의 핵심은 ‘연결’이며, 연결의 지속가능성은 지역 네트워크의 품질에 달려 있다. 넷째, 윤리는 결과보다 과정에서 드러난다. 서두르지 않고, 지시하지 않고, 그러나 위험에는 단호히 개입하는 태도는 청년에게 ‘믿을 만한 어른’의 표준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때로 헤어짐을 준비해야 한다. 션이 그랬듯, 관계의 목적은 의존이 아니라 자립이며, 사회복지의 성공은 ‘나 없이도 그는 잘 산다’는 담담한 확인일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장에서 우리는 오늘도 한 청년이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도록 곁에서 빛을 비춘다. 그것이 치유이고, 멘토링이며, 사회복지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