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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토냐> – 가정폭력 피해 아동의 성장과 스포츠를 통한 회복

by 우리마을 복지이야기 2025. 9. 8.
아이, 토냐로 본 가정폭력 피해 아동의 성장과 스포츠를 통한 회복 모델 영화 <아이, 토냐>는 피겨 천재로 불렸던 한 청년이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빈곤, 가정폭력, 통제와 조롱, 정서적 방치가 어떻게 한 인간의 성격, 대인관계, 의사결정 양식에 스며드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사회복지사의 관점에서 이 작품은 폭력적 양육 환경이 아동의 애착 형성·자존감·감정조절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낼 뿐 아니라, 동시에 스포츠가 제공할 수 있는 회복의 기회—신체적 숙련, 성취감, 사회적 인정, 멘토링—를 제시한다. 그러나 스포츠는 치유의 통로이면서도 2차 가해(폭언·가혹 훈련·경제적 착취), 성과지상주의, 미디어 낙인 등 새로운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장 개입은 ‘재능’ 중심이 아니라 ‘안전·권리·관계·자원’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트라우마 인지 관점, 강점기반 접근, 보호자 교육, 코치 윤리, 지역사회 안전망을 아우르는 다기관 협력이 핵심이 된다. 본 글은 영화의 서사를 토대로 피해 아동이 스포츠를 통해 성장하고 회복하기 위한 사회복지적 개입 모델을 제안한다.

서론: 폭력의 흔적과 성과의 그림자—아동기의 상처가 청년기의 선택을 규정할 때

영화 <아이, 토냐>에서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언어·신체적 폭력, 조롱과 통제를 일상처럼 겪는다. 폭력적 양육은 아이의 뇌·정서 발달에 지속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며, 세상을 ‘위험하고 예측불가한 곳’으로 학습하게 만든다. 그 결과 보이는 분노 폭발, 타인불신, 관계 회피 혹은 과도한 성취집착은 단지 성격 결함이 아니라 생존전략의 파생물이다. 동시에 주인공은 특출난 운동 재능을 통해 인정과 통제감을 경험한다. 빙판 위에서의 균형과 점프는 무질서한 현실에서 유일하게 자기 삶을 다룰 수 있는 순간이 된다. 그러나 성과지상주의와 상업화된 스포츠 환경은 성과가 곧 존재가치가 되는 왜곡을 강화하고, 가족·코치·스폰서·미디어는 아이의 욕구보다 결과를 우선시한다. 사회복지사의 시선에서 이는 ‘가해 환경→성과 강화→통제와 착취→정체성 왜곡’의 순환이다. 따라서 개입은 기술 향상이나 성적 회복에만 머물 수 없다. ①아동·청소년의 안전과 권리 보장, ②트라우마 인지적 관계 회복, ③경제·법률·교육을 포괄한 자원 연결, ④스포츠 장(場) 내부의 윤리·보호 체계 구축이 동시에 필요하다. 나아가 당사자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고, “나는 무엇을 원하며 어디까지가 나의 선택인가”를 재정립하게 하는 자기결정권 회복이 회복 여정의 출발점임을 확인해야 한다. 스포츠는 상처를 가릴 수 있지만 상처를 치유하지는 못한다. 치유는 안전한 관계, 존중받는 경험, 공정한 규칙, 그리고 실패할 권리를 가진 환경에서 가능하다.

본론: 트라우마 인지·강점기반·권리옹호를 결합한 스포츠 회복 개입 설계

첫째, 종합사정과 안전계획. 폭력 노출, 경제적 착취, 학업 단절, 미디어 노출, 코치·가족과의 권력관계를 통합 사정한다. 위험신호(가정폭력 재발, 협박, 사이버 괴롭힘)가 감지되면 즉시 안전계약, 임시보호, 법률지원(접근금지 등)을 가동한다. 둘째, 트라우마 인지 접근(Trauma-Informed Care). 개입의 원칙을 안전·신뢰·선택·협력·역량강화로 명시하고, 상담 장면에서 재현되는 통제·수치 경험을 최소화한다. 정서조절 기술, 신체감각 기반 중재(호흡·그라운딩), 수치·자기비난을 다루는 인지재구조화, 대인관계 재훈련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셋째, 강점기반·자기결정권 회복. 성과가 아닌 노력·회복·관계에서의 성취를 언어화하고, “승리하지 않아도 가치 있는 나”를 재학습한다. 목표설정은 당사자가 주도하되, 경기·학업·건강·관계의 균형 지표를 함께 사용한다. 넷째, 가족·코치 시스템 개입. 보호자 교육(비폭력 의사소통, 감정코칭, 경제관리, 경계선 지키기)과 가족상담을 실시하되, 가해 위험이 높을 경우 가족치료보다 보호 중심 개입을 우선한다. 코치 대상 ‘세이프 스포츠’ 교육(아동학대·성폭력 예방, 언어폭력 금지, 체벌·과훈련 금지, 신고의무, 권력남용 방지)을 의무화하고, 선수·코치 간 권력격차를 완충할 독립 창구(상담·신고·중재)를 마련한다. 다섯째, 경제·교육·법률 자원 연계. 장학금·훈련비 투명회계, 후원계약 검토, 금융교육을 제공해 경제적 의존을 줄인다. 학업 지속을 위한 대안교육, 진로탐색, 미디어 문해 교육으로 ‘경기 외의 삶’을 확장한다. 여섯째, 또래·멘토 네트워크. 폭력 생존 경험을 이해하는 동료 멘토, 은퇴선수 멘토와 연결해 고립을 줄이고 미래 모델을 제시한다. 일곱째, 경기장 내 보호정책과 모니터링. 윤리강령, 보호지침, 징계 프로세스, 외부 감사, 정기 실태조사를 제도화한다. 폭언·체벌·체중집착·성희롱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명문화하고, 신고자 보호를 보장한다. 여덟째, 언론·SNS 대응. 미디어 노출 계획, 사생활 보호, 악성댓글 대응, 심리적 디브리핑을 체계화해 2차 피해를 차단한다. 아홉째, 성과지표. 우울·불안·외상증상, 자존감, 학교출석, 부상률, 코치-선수 관계의 질, 신고 처리시간 등 다차원 지표로 개입효과를 측정해 ‘메달’이 아닌 ‘회복’을 성과로 기록한다. 마지막으로, 윤리적 고려. 개입 전 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와 정보제공을 보장하고, 위험상황에서의 비밀보장 예외 범위를 명확히 고지한다. 사회복지사는 ‘더 잘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돕는 사람’임을 잊지 않는다.

결론: 승리의 기준을 바꾸는 일—안전, 관계, 선택이 만드는 진짜 회복

<아이, 토냐>는 재능이 폭력을 상쇄하지 못하며, 성과가 존엄을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폭력은 기술을 낳을 수 있어도, 자기존중과 신뢰·친밀감·평온함을 남기지 않는다. 따라서 가정폭력 피해 아동이 스포츠를 통해 성장하려면 사회가 승리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첫째, 안전이 최우선인 문화. “이겼지만 다쳤다”가 아니라 “안전해서 내일도 설 수 있다”가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둘째, 관계가 성적을 앞선다는 합의. 코치·가족·스폰서는 선수의 사람다움과 삶의 폭을 지키는 파트너여야 하며, 권력남용에 제동을 거는 제도는 응원만큼이나 중요하다. 셋째, 선택의 권리. 당사자는 언제든 훈련 강도·대회 참가·노출 범위를 조정할 권리가 있고, 실패할 권리도 있다. 사회복지사는 그 권리를 지키는 옹호자이자 설계자다. 넷째, 경력 전환의 준비. 스포츠 경력은 짧고 상처는 길 수 있다. 학업·직업·재정 역량을 조기에 설계해 ‘빙판 밖의 삶’을 동시에 키워야 한다. 다섯째, 공동체의 책무. 학교·클럽·지자체·의료·사법이 엮인 안전망이 촘촘할수록, 폭력의 대물림은 끊어진다. 우리는 메달의 색보다 아이의 눈빛을 지키는 사회를 선택할 수 있다. 영화가 남긴 불편함은 변화의 초대장이다. 오늘 현장에서 한 명의 선수에게 “너의 속도와 너의 방식이 옳다”라고 말해주는 것, 그것이 회복의 시작이며 스포츠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사회복지는 그 문장을 제도와 문화로 만드는 일이다.